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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닭이의 추천맛집

(일산대화동 맛집)동대문 엽기떡볶이 대화점

어제 오후
웬일로 아내가 동네 한 바퀴 돌자고 한다
애들도 같이 갈 거란다
늘 내가 걷자고 하면 다들 절레절레하던
아내와 딸들이 이럴 때는 뭔가 합의된 것이고
그 합의란 먹는 것임을 경험적으로 안다
속아주는 셈 치고 따라나섰다
하필 목적지도 대화역이다
도착하고 나니 슬슬 본색을 드러낸다
새로 생긴 식당이 있는데
거기 가서 뭘 좀 먹고
갈 때 다시 걸어가자고 한다
무슨 음식인가 했더니 떡볶이를 먹잖다

내가 안 좋아하는 두 가지 음식을 꼽으라면
매운 음식과 떡볶이다
그런데 하물며 맵기로 소문난 엽기떡볶이라니!


그래도 3대 1의 상황이니 어쩌겠나!
이럴 땐 재빨리 동의해야 한다

위치는 아주 좋다
버스정류장과 3호선 종점인 대화역 바로 앞이니
유동인구도 많고 뒷골목으론 나름 상권이 제법 크다

https://naver.me/x2kLaPvA

네이버

link.naver.com


2층에 새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런 떡볶이 가게는 요즘 배달이 대세인지라
굳이 1층일 필요도 없다
외부 경관을 찍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2층 매장 입구다


들어가 보니 새로 문을 연 가게답게 깨끗하고
배달 위주라기엔 홀이 제법 넓다

우리가 들어간 시간이 5시경이어서
아직은 한산하다

키오스크도 있고
QR코드 주문도 있다
나름 스마트하다

두 딸이 키오스크로 이것저것 주문을 한다
주문표를 보니
실속세트라는 걸 시켰나 보다
그리고 메추리알과 우동사리를 추가했다
그렇게 20,500 원이다

코로나 시국 3년 동안
다 함께 외식은 극히 드물었다
주로 포장이었는데 오랜만에 가족 외식이다
그런데 하필 떡볶이라니!

메뉴도 다양하네
예전 같으면 떡볶이 4인분요~ 하면 끝날 일인데
요즘은 떡볶이도 가지각색이다

닭발도 있고 닭볶음탕도 있다
이쯤이면 어엿한 식당이다


계란찜과 주먹밥이 나왔다
두 가지 모두 기본 세트에 포함되어 있다


주먹밥은 각자 알아서 저렇게 뭉쳐야 한다
아내가 꼭꼭 쥐어서 뭉쳐뒀다
가끔 포장해 와서 먹어 본 적이 있는데
조미김에 뭉친 주먹밥이다
뭐 조미김 주먹밥은 맛이 없을 수 없지 않은가?


계란찜도 마찬가지다
익히 알고 있는 맛이다


잠시 후
메인 메뉴인 떡볶이가 나왔다
이렇게 실속세트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릇 크기하며 음식 색깔과 내용은 몹시 자극적이고
맵고 짠 음식을 경계해야 하는 내게는
극히 위협적인 음식이다

푸짐해 보이기는 한다
계란찜과 주먹밥은 매운맛을 달래는 용도일 테고
떡볶이 안에도 내용물이 화려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빨간 소스와 대비되는 저 하얀 물질이다
치즈다
요즘애들 치즈 엄청 좋아한다
모든 음식에 치즈가 빠지지 않는다



튀김도 몇 가지 들어 있는 것 같고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어묵도 들어 있다


어묵부터 맛을 본다
생각보다 맵지는 않다
순한 맛으로 시켰다고 한다
어쩐지!
맵기 조절이 가능하니 그건 다행이다

전에도 한번 먹었을 때 이 소시지가 별미였다
식감이나 맛으로 보아 저렴한 소시지인 것 같긴 한데
흐물거리는 식감들 속에서
꼿꼿하게 정신 차리고 있는 유일한 녀석이다


하지만 순한 맛이라 해도 난 조심해야 한다
속을 자극하면 안 된다
금세 속이 스려 오니 그전에 계란찜도 먹고
주먹밥도 먹어 속을 달래야 한다


엄마 카드로 산다고 눈치가 보였는지
메추리알을 다섯 개 추가했다
열개는 넣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저런 조합으로 먹는 즐거움이 있다
추가한 우동의 식감도 좋고!
먹다 보니 술술 먹힌다

치즈도 쫄깃거리고
튀김에 국물 찍어 먹는 맛도 좋다
두 딸들과 아내 덕분에
맵찔이 아빠가 떡볶이 맛에 눈을 떠가고 있다

먹는 중간에 딸들과 아내는 벌써 다음을 기약한다
개학하면 학교 끝나고 올 때 여기서 만나잖다

네 명이서 이 가격에 잘 먹었으니 가성비도 나쁘지 않고
내 입맛에도 먹을만하다면 젊은 세대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맛일 수 있겠다

먹다 보니 어느새 매장이 금세 사람들로 채워졌다
배달 주문을 알리는 벨소리도 계속 울린다
사람들이 있어서 매장은 더 이상 찍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건 뭘까?
떡볶이 다 먹고 내려왔는데
1층에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만두가게가 있다
그 모습을 찍었어야 하는데
아직 외부에서 사진 찍는 게 익숙지가 않다

김이 펄펄 나는 만두가게의 전경은
그 자체로 맛있어 보인다

방금 배불리 먹고 나왔으면서도
만두 냄새에 이끌리고 말았다

집 근처 메가 커피에서 메가 에이드도 사 왔다
참 골고루도 먹는다


고기 왕만두와 고기새우만두를 포장해 왔다
하여튼 대단한 식구들이다
아내와 큰 딸은 고기만두
작은 딸은 새우만두다
난 고기만두 하나 먹고 멈췄다
새우만두 하나 맛을 볼까 하다가 겨우 참았다
나오는 배를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다


고기만두는 껍질이 중국찐빵 같은 느낌이고
속은 꽉 차서 실하다
맛도 아주 좋다
5개에 6천 원이었나?


새우만두는 전에 먹어봐서 아는 맛이다
새우가 한 마리 통째로 들어 있고 그 주변을 고기만두와 같은 속이 감싸고 있다
이것 역시 5개가 대략 6천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몽에이드까지 비우고 나서야
우리의 저녁식사는 끝이 났다

떡볶이와 만두와 자몽에이드까지
모두 합쳐 35,000원 정도였다
4인 가족의 외식 비용으로 이 정도라면
요즘 물가로는 저렴한 축에 들어갈 것 같다

물론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떡볶이로 무슨 저녁이냐 할 수 있지만
요즘 세상이 그렇고
먹어본 바로서는 맛과 포만감도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그 시간 동안
화목한 시간 가질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떡볶이는 이제 더 이상 길거리 분식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