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도 훨씬 이전의 기억이다
오늘처럼 눈이 하얗게 쌓인 추운 겨울이었다
아버지와 나는 어느 작은 기차역에 내렸다
터덜거리는 기차를 타고 한참을 갔던 것 같다
왜 나를 거기까지 데리고 가셨는지,
그때 나이는 몇이었는지 확실치 않다
기차역에 내린 뒤로도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났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끊긴 기억은 어둑어둑해질 무렵,
웅천역 앞의 한 허름한 식당 앞에서
다시 시작된다
아버지는 나의 손을 잡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아버지와 손을 잡은 단 한 번의 기억이다
그래서 더욱 선명하다

덜컹거리는 나무로 만든
여닫이문을 열고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식당 안은 너무 따뜻했다
냄새로 봐서 그 집은 고기를 파는 식당이었고
밀린 외상값이라도 수금을 한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당시 형편으로
이런 식당에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기차역 뜨내기 손님들과
철도 노동자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그냥 평범한 백반집이었는데 말이다
난생처음
아버지의 손을 잡고 들어간 식당이 고깃집이라니!
외식이란 것이 뭔지도 모르던 시기여서
더욱 신기할 뿐이었다
잠시 후 우리 앞에 놓인 음식은
고기가 빨갛게 양념이 된 것도 아니고
불에 구운 것도 아니었다

대학에 다니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학교 앞 기사식당에서
그 음식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이름조차 몰랐다

자취생은 무조건 고기반찬을 먹어둬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주문한 음식이었습니다.
접시에 담긴 음식이 도착했을 때만 해도
그 음식이 기억 속 그 음식인걸 알지 못했다
어린 시절 그 음식은 하얀색에 가까웠고
위로 볼록 솟은 우주선 모양의 불판 위에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맛을 보고 나서야 그 음식이
그날 아버지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외식의 메뉴와
같은 것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 음식은 바로 돼지 불백이었다
풀어쓰자면 돼지 불고기 백반이다

지금이야 직접 만들어 먹기에도
어려움도 없고 재료도 저렴한 음식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 이름을 아는 데만도 십수 년이 걸렸다
지금 생각하면 귀한 음식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게다가 아버지의 손을 처음 잡은 날이었고
본 적도 없고 먹어 본 적도 없는
달짝지근한 음식으로 인생의 첫 외식을 한 날이니
얼마나 기억이 선명할까?
인생음식의 8할은
추억으로 기억된다
누구에겐 맛으로,
누구에겐 냄새로 기억되는 추억의 음식

나에게 이 돼지불백은
흰 눈과 어슴푸레한 초저녁
그리고 아버지의 굵고 거친 손으로
기억되는 음식이다
오늘 저녁은 돼지불백을 저녁상에 올리려고 한다
비록 이제는 아버지도 계시지 않고
기차역의 작고 허름한 식당도 아니고
우주선 모양의 불판도 없지만
음식으로나마 그 시간을 추억해 보려고 한다

요즘 유난히 지친 마음이
이렇게 추억이 진하게 밴 음식으로
위로받았으면 한다
여러분들도 각자 추억이 깃든 음식으로
행복한 저녁시간 되시기 바란다
재료
돼지뒷다리살 1.2kg
간장 80ml
맛술 50
올리고당 1 큰 술
청양고추 1~2개
갈아서 즙만 쓰는 재료
양파반 개
사과 또는 배 한 개
마늘 7개
생강 마늘 한 톨 크기
혹은
생강가루 반 작은 술
갈아 쓰는 모든 재료를 믹서로 갈아
최대한 즙만 거른다




즙이 약 200ml가 필요하다
과육이나 건더기가 들어가면
바싹 구울 때 쉽게 탄다
국물이 있는 불고기로 먹을 거라면
다 들어가도 무방하다
종이컵 한가득보다 조금 더 필요한 셈이다
(참고로 종이컵은 약 190ml다)


즙과 간장 올리고당 맛술을 모두 섞어
양념장을 완성한다
불고기 양념이다




고기에 부어 잘 섞어 30분 이상 재워둔다

기름 두른 팬에 고기를 올리고
청양고추 한 두 개 썰어 넣고
국물이 자작할 정도로 볶으면
앞서 말한 추억의 음식 돼지불백이 된다

여기서 국물이 다 졸아서 없어지고
고기가 바싹 구워지도록 하면
바싹 돼지불백 완성이다


연탄불이나 숯불에 석쇠를 이용해
타지 않을 정도로 구우면 최고다

상추쌈에 건강을 생각해 만든 쌈장으로
양심의 가책을 덜어본다
이 건강 쌈장은 별도로 포스팅을 할 생각이다



밖에서 음식을 먹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집밥은 건강해야 한다
모든 가족의 건강이
그 집밥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좋은 재료 올바른 조리법
건강한 레시피로
오늘도 맛있는 밥상을 준비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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